이제 메인보드에 CPU를 갖다 끼우는 일이 남았는데 이 부분에 관하여 흔히들 CPU와 메인보드의 궁합이라고 말을 많이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는 CPU와 메인보드의 접착 부위의 궁합, 다른 하나는 내적인 궁합. 따라서 겉궁합과 속궁합 두가지가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일단 겉 궁합은 쉽습니다. 갖다 끼울 수만 있다면 겉 궁합은 맞는 것입니다. 인텔 CPU의 경우 대개 겉궁합이 맞으면 속궁합이 맞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펜티엄3의 경우 370개의 CPU 핀이 있고, 펜티엄4의 경우에는 478개, 펜티엄D의 경우에는 775개의 핀이 있습니다. 이상은 데스크탑 기준이고 노트북의 경우에는 체계가 다릅니다. AMD CPU의 경우에는 462, 754, 939 등으로 나갑니다.

우리가 쓰려고 하는 CPU는 당연히 가장 싸구려인 인텔 펜티엄3 370 소켓형 CPU와 메인보드입니다. (요즘 콘로가 출시되어서 CPU와 메인보드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그것은 다만 컴퓨터가 뭘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일반인 또는 오로지 오버클럭만 할 줄 알고 프로그램은 모르는 하드웨어 매니어 들만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펜티엄3 또는 AMD 듀론 800으로 윈도우 2003과 SQL2000을 돌립니다. 사실 펜티엄2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펜티엄2는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리하여 CPU의 핀이 370개이고 메인보드의 구멍이 370개이면 일단 꽂아집니다. 메인보드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BX보드일 것입니다. BX보드는 안정성이 뛰어난 명품 보드입니다. 다만 FSB 133을 정규클럭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133으로의 오버클럭이 불가능합니다. 되더라도 하드디스크 날아갑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693a나 694보드입니다. 단 1만원 정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제 하드디스크도 끼울 필요 없이 그냥 CPU(쿨러도 반드시 부착된 상태에서), 메인보드, 메모리, 그래픽카드(그래픽 카드가 내장형이면 이것도 필요 없음. 그래픽 카드가 내장형인지 아닌지는 메인보드 자체에 모니터 케이블 꼽는 단자가 있는지로 판별함) 그리고 파워 딱 이것들만 부착 및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부팅을 해 봅니다. 이 경우 케이스로의 연결이 없는 상태에서의 부팅이라면 아래의 조치에 따른 부팅을 하게 됩니다.

메인보드 귀퉁이 부분에는 메인보드와 케이스의 스위치들을 연결하기 위한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10개 이상의 핀들이 뾰족하게 일렬이나 이열로 솟아서 서 있는데 이 부분을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POWER 라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 부분의 핀 두개를 드라이버나 그 외의 전기가 통하는 금속을 갖다 대 주면 전기가 통하겠지요. 그러면 부팅이 됩니다. 부팅된 다음 5초 이상 계속 드라이버를 갖다 대면 이제는 꺼집니다. 저는 지금도 이런 식으로 제 시스템을 켭니다.

만약 CPU 쿨러의 팬이 돌아가면 일단은 속궁합도 맞는 경우가 99%입니다. 그러면 전원을 끄고 이제 모니터, 키보드까지 끼운 후 다시 부팅해 봅니다. 그러면 99% 시모스 화면이 뜨게 됩니다. 이것으로 일단 하드웨어 조립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어떤 수십억 대의 프로그램도 여기에 깔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 모았던 모든 부품들을 연결해도 됩니다.